10월 호법법회(10/1,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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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호법법회가 벽암 지홍 큰스님의 법문으로 10월 첫째날 여법하게 봉행되었습니다.
큰스님의 호법법회 법문영상 금강정사 유튜브채널에서 함께하실수 있습니다.
오늘 법문주제는 "무상의 가르침과 지혜로운 노년의 준비" 입니다.
"저희들이 이땅에 감로법을 널리 펴 부처님의 정법이 영원히 머물며 겨레와
국토를 진리 광명으로 빛낼것을 굳게 서원합니다."
무상(無常)의 가르침과 지혜로운 노년의 준비
벽암 지홍스님
무더위가 고개를 숙이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 우리는 무상(無常)의 이치를 실감하게 됩니다. 절대로 물러설 것 같지 않던 여름이 가을에게 자리를 내어주듯, 우리네 인생 또한 청춘에서 늙음으로 서서히, 그러나 필연적으로 변화합니다. 이 변화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눈곱만큼씩 진행되어 어느새 주변 사람들의 노인 대접을 통해 자신이 늙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생(生), 노(老), 병(病), 사(死)의 네 가지 괴로움 가운데 늙음은 가장 먼저 우리를 찾아오는 손님입니다.
옛날, 현명한 왕은 전속 이발사에게 백발을 발견하는 즉시 알려달라고 명했습니다. 마침내 왕은 백발 하나를 발견하자 깊이 탄식하며 자신을 꾸짖었습니다. "아, 너는 얼마나 어리석으냐! 백발이 나도록 번뇌를 끊지 못하였으니!" 왕은 백발을 세속 생활에서 벗어나 수행자의 도를 닦을 수 있는 '다시없는 좋은 기회'로 삼아 왕위를 자식에게 물려주고 출가를 했습니다. 왕은 흰머리를 수명을 갉아먹는 하늘의 심부름꾼(使者), 즉 늙음을 알리는 경고로 여긴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인생의 변화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며 둔감하게 살아갑니다. 자신에게 생.노.병.사의 이치가 진행되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마치 자신의 수명이 영원하리라 착각하며 욕심과 성냄, 어리석음을 저지릅니다.
늙음, 염라대왕이 보낸 저승사자(使者): 부처님도 출가전 사방 사대문 유람을 통해 늙음이라는 현실을 보게 되었습니다. 싯달타 태자는 늙은이의 모습을 보고 "나이가 들어 감각이 둔하고 모양이 변하며, 기운이 미미하고 힘이 다하며, 앉고 일어섬에는 부축이 필요하고, 눈과 귀가 멀어지며, 목숨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 늙음이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만물은 번갯불처럼 한순간 지나가거늘 어찌 몸이 편안하리라 믿겠느냐?"라고 탄식했습니다.
경전에는 늙음은 염라대왕이 보낸 저승사자라는 가르침도 있습니다. 사람이 죽어 염라대왕 앞에 끌려가면, 염라대왕은 그에게 "네 이놈! 너는 등이 굽고, 치아가 빠지며, 머리가 희어지고 주름살 투성이가 되는 늙음이라는 저승사자를 보지 못하였더냐?"라고 심문합니다. 죄인은 "보았습니다"라고 대답하지만, 염라대왕은 다시 묻습니다. "그렇다면 너는 어찌하여 '나도 이런 늙음을 벗어날 수 없다. 그러니 나도 서둘러 몸과 입과 뜻의 삼업(三業)을 청정하게 하고 선업을 지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였느냐?"라고 다그칩니다.
결국, 늙음은 인간에게 함부로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가장 큰 스승입니다. 인간은 어리석고 교만하여 늙음을 깊이 깨닫지 못하고 악업을 짓지만, 염라대왕은 이 늙음의 가르침을 외면한 이들을 벌합니다.
아름답고 지혜로운 노년을 위한 준비: 대부분의 현대인은 노후를 위해 보험을 드는 등 경제적인 대책에만 몰두합니다. 심지어 "돈을 내 손에 끝까지 가지고 있어야 자식들이 효도한다."는 씁쓸한 말이 나돌 만큼, 재산으로 자식의 효도를 낚시질하려는 각박한 세태입니다. 이는 경제적인 대책만 세웠을 뿐 정신적인 마음의 대책은 전혀 없습니다. 진정으로 지혜로운 노년을 준비하려면 다음 세 가지를 실천해야 합니다.
1. 몸과 마음의 건강(修身養心) : 불자는 노년에 더욱 건강하기 위하여 계율과 명상, 기도를 통해 몸과 마음을 조화롭게 가꾸어야 합니다.
건강한 몸은 수행의 바탕이 되고, 평정한 마음은 지혜와 자비를 키우는 터전이 됩니다. 부처님 가르침에 따라 탐·진·치 삼독을 줄여가며 맑고 청정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2, 지혜와 공덕의 자산(法財) : 세속의 재물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덕의 자산입니다.
보시, 봉사, 수행 등을 통해 쌓은 공덕은 노후뿐 아니라 내생에도 이어지는 참된 재산입니다. 불자는 노년에 세속적 집착, 탐, 진,치를 내려놓고, 법문을 가까이하며 ‘법의 향기’를 삶의 중심에 두어야 합니다.
3.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和合) : 불자는 노년에 더욱 화합과 자비를 실천해야 합니다.
가족과 신도, 이웃과의 관계를 원만히 하여 갈등을 줄이고, 부처님 가르침을 나누며 삶의 의미를 함께합니다. 사홍서원 중 ‘중생을 다 건지리라’ 는 서원처럼, 작은 자리에서도 자비를 베풀며 인연을 맺어가는 것이 노후의 가장 큰 준비입니다.
(새로운 생을 위한 채비) 이제 우리는 풍요로운 가을을 기대하는 농부의 마음처럼 아름답고 지혜로운 늙음을 준비해야 합니다. 살아오면서 맺혔던 원한과 분노, 악업은 마음에서 털어내고 너그러워져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다음 생을 준비해야 합니다. 다음 생은 부처님의 나라에 태어나 부처님의 진짜 제자다운 삶을 살아보겠다는 현명한 채비를 해야 합니다.
늙음, 병, 죽음은 반드시 우리를 찾아옵니다. 우리는 이 손님들을 담담하게 맞아들이고 현명하게 잘 대접해야 합니다. 생로병사를 다시 한번 깊이 반추하여 진정한 불자로서 정진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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