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5일 일요법회 <회주스님>
본문

회주 벽암 지홍 큰스님
낮에는 꽃과 신록이 산하(山河)를 장엄하고, 밤에는 자비의 연등이 천지를 밝히니 천등만화(千燈萬花)가 부처님 오신 날을 환희로 봉축한다.
여기저기 봄꽃들이 화사하다. 작년 가을에 단풍으로 잎을 다 떨구고 겨우내 앙상했던 나목들이 이제 곧 푸르름으로 풍성할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무겁게 내려앉은 하늘은 한바탕 봄비로 가뿐해지고, 험난한 산길도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밤하늘에 달도 차면 기운다 했다.…… 이렇듯 천지간 자연은 더하고 빼는 일이 때를 따라 순조롭다. 그런데 사람의 경우는 사뭇 다르다. 원하는 것은 어떻게든 가져야 하고, 자신을 위해서는 그 어떤 것도 아낌없지만 쌓아두고도 나눌 줄 모르는 게 사람이다. 하물며 사람까지도 자신의 편의나 이해(利害)에 따라 취하고 버린다. 자기중심적인 것이다.
때문에 매사는 충돌하기 십상이고, 사는 일은 고통스럽다.
자기중심적으로 살면서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큰 착각이다. 세상사는 어느 한 사람이나, 어느 한 지점을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모든 것은 서로 연관되어 있으며 그들은 매순간 서로가 나누고 받으면서 균형을 이루며 산다. 그런데 만약 어느 하나가 쌓아두고 나누기를 거부하고 자기 생각을 고집한다면 소통과 균형은 깨진다. 때문에 국가나 단체 등 모든 공동체는 구성원 개개인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운영해가야 한다. 국가정책의 수립과 실행도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이해(理解)시키고 중지를 모으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어느 일방의 단독 처리는 국민 대중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저항에 직면하게 된다. 북아프리카, 일부 국가의 장기집권과 독재가 민중의 저항에 부딪쳐 결국 줄줄이 국민에 의해 권좌에서 불러나
처벌을 받게 됐다. 또한 북한은 권력세습을 3대째 진행 중이다. 심지어 우리 사회의 종교단체도 자식들에게 세습을 하는 과정에서 내부 구성원과 충돌을 하고 있다. 어느 한 사람의 권력에 대한 탐욕은 자신을 비롯한 민중의 삶을 피폐하게 한다. 때를 알아 마음을 비워야 한다.
때를 아는 지혜, 그것은 욕심과 자기를 비우는 데서 비롯한다. 가둬둔 물에서는 썩은 냄새가 나고 병균이 들끓는다. 먹고 배설하지 못하면 병들어 죽는다. 그렇듯 자기만 아는 욕심스러운 사람에게는 탐욕의 독(毒)이 묻어난다. 자신만 움켜쥐고 쌓아두려 해서는 안 된다. 흐르게 해야 한다. 흐르는 물은 온갖 존재들과 나누어, 키우고 살리는 생명의 물이 된다.
몇 년 전 재일교포 사업가 손정의씨가 후꾸시마 대지진 피해복구에 개인재산 1,300억을 기부해 화제가 되었다. 그의 아낌없는 기부는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고 또 누군가의 미래를 열고…… 수많은 사람들의 희망으로 거듭날 것이다.
하지만 실제 마음 비우는 일은 쉽지 않다. 자꾸만 자기욕망에 이끌리는 자신에 제동을 걸고 다스려야 한다. 맛있는 음식 앞에서도 적당량을 지켜야 한다. 과식하게 되면 소화에 문제가 생기고, 과식이 반복되면 몸에 병이 생긴다. 지나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들 마음과 삶에도 절제로 비운 여백이 있어야 한다. 그 여백이 배려고, 양보고, 나눔이며…… 모두가 함께 하는 공간이다. 거기서 우리의 삶은 깊이를 더하고 풍성해진다.
덧셈의 삶은 99칸 부자가 한 칸을 더 채우는, 그런 의미가 아니다. 뺄셈의 삶 또한 헛되이 써버리는 낭비나 손실이 아니다. 더하고 빼기는 마음을 비우고 시기와 상황에 따라 주고받는 나누기며 소통이다. 마음의 문이 열린 사람은 콩 한 톨도 나누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리고 나눈 만큼 그 기쁨과 희망은 크기를 더해간다. 이것이 진정 지혜로운 사람의 덧셈과 뺄셈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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