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5일 일요법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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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자와 산 사람이 함께 복받는 영가천도
벽암 지홍 (대한불고조계종 포교원장)
장마도 끝나고 뜨거운 태양 아래 온갖 작물들이 영글어가는 계절입니다. 해마다 이맘 때가 되면 전국의 사찰에서는 백중맞이 영가 천도재가 한창입니다. 따가운 태양 아래 잘 영근 오곡백과를 수확하여 불보살님께 정성드려 공양올리고 그 공덕으로 지옥에서 고통받는 조상을 천도하는 것이 백중 천도재입니다. 오늘은 이와 같은 영가 천도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불교에서는 죽은 사람을 ‘영가(靈駕)’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천도(薦度)’란 지옥과 같이 나쁜 곳에 떨어져 고통받는 영가를 좋은 곳으로 가도록 하는 의례를 말합니다. 따라서 영가천도란 불보살님께 정성드려 공양을 올리고, 그 공덕으로 조상이 좋은 곳에 태어나도록 기원하는 의례를 말합니다.
영가천도에 관한 내용은 지장경에 잘 나와 있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지장보살님을 모든 지옥중생들을 모두 구제하지 않으면 자신도 성불하지 않겠다고 서원을 세운 자비의 보살님입니다. 지장경 제4권 염부제 중생업감품에 보면 영가천도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한 때 광목이라는 여인이 있었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광목은 돌아가신 어머니를 천도하고 싶었지만 어머니가 어디로 가셨는지 몰라 어떤 나한에게 공양을 올리며 물었습니다. 나한이 선정에 들어가 관찰해 보니 어머니는 지옥에 떨어져 고통받고 있었습니다. 광목의 어머니는 평소에 물고기와 자라를 즐겨 먹었고, 특히 어린 자라 새끼등을 수도 없이 먹었는데 그런 살생의 과보로 지옥에 떨어진 것이었습니다.
나한은 광목에게 지극한 정성으로 부처님을 생각하고, 부처님의 형상을 조성해 모시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죽은 사람이 좋은 곳으로 천도됨은 물론이고 살아 있는 사람도 좋은 과보를 받는다고 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광목이 거느리고 있던 한 하인이 아이를 낳았는데 3일도 되지 않아 아기가 말을 했습니다.
아기는 자신이 광목의 어머니라고 하며, 생전에 산 목숨을 죽이고, 불법을 헐뜯고 비방한 죄로 인해 지옥에 떨어져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딸인 광목이 부처님을 모시는 선근 공덕의 힘으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죄업이 깊어 13살이 되면 다시 죽어서 악도에 떨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에 광목이 어머니의 무거운 죄를 참회하기 위해 서원을 세웠습니다. 어머니가 다시는 악도에 떨어지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광목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어머니가 천도되어 지옥의 고통에서 벗어난다면 백천만억겁 동안 모든 지옥과 삼악도에서 고통받는 중생들이 모두 제도될 때까지 자신도 성불하지 않겠다고 서원을 세웠습니다.
이상과 같은 지장경의 내용에서 다음과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살아 있는 생명을 죽이고, 불법을 욕하고 비방하면 그 죄가 깊어 지옥에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악업을 짓고 자신의 악업 때문에 지옥의 고통을 받는 것을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고 합니다. 스스로 지은 악업 때문에 지옥의 고통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둘째, 비록 죄를 짓고 그 악업으로 인해 고통받아도 자손들이 정성을 드려 천도재를 올리면 그와 같은 자손들의 공덕으로 죄업이 소멸되고 천도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조상의 천도를 위해서는 부처님에 대한 바른 믿음을 갖고 불상을 조성하는 것과 같이 불사에 동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셋째, 자기 조상만을 위한 기도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지옥에서 고통받는 일체 모든 사람들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이타적이고 원대한 서원을 세워야 진정한 천도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이기심에 머물러 있지 말고 끊임없이 동체대비의 정신을 실천하라는 가르침입니다.
넷째, 조상을 천도하면 망자는 지옥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살아 있는 후손에게도 복덕이 온다는 것입니다. 영가 천도재를 올리는 시간은 돌아가신 조상들과 다시 만나는 특별한 재회의 시간입니다. 나의 뿌리를 찾고, 나의 시간적 연결성을 확장하는 뜻깊은 과정입니다. 선망부모를 추억하고 천도하는 그런 심성과 문화에서 가족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깊어지고 그로부터 후손들에게 행복이 깃드는 것입니다.
폭염으로 뜨거운 성하의 계절입니다.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영가천도를 위해 사찰을 찾는 모든 분들의 정성과 효심에 깊은 찬탄의 말씀을 보냅니다. 그런 효심과 불심으로 조상은 고통에서 벗어나고 살아 있는 후손들의 가정에는 복덕이 충만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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