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일요포살법회(8/3,일)
본문
8월 일요포살법회가 8월3일(일) 벽암 지홍스님의 법문으로 봉행되었습니다.
큰스님의 법문 동영상, 금강정사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하세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다도반의 차나눔과 바라밀합창단의 음성공양.
문수1구의 점심공양 준비 등 법회의 원만봉행을 위해 수고해 주신 모든분들께
찬탄의 박수를 올립니다~~~~
백중기도기간 매주 일요법회에서는 선망조상 극락왕생을 발원하며
무상계 한편을 합송합니다.
오늘 법회 이후엔 2025년 제8차 명등회의가 교육관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삶의 끝자락에서 피어나는 지혜와 자유
벽암 지홍스님
불교 경전 (수타니파타)에 나오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말씀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면서도, 나이를 더해갈수록 그 깊은 뜻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특히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불자들에게 이 말씀은 단순한 경구를 넘어, 인생의 마무리를 어떻게 지혜롭고 평온하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 줍니다.
우리는 살아오며 많은 관계 속에서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부모로부터 태어나, 배우자와 자녀를 돌보며, 가정을 일구고, 사회와 인연을 맺으며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그렇게 살아온 시간이 어느덧 수십 년입니다. 이제는 자녀들이 다 성장하고, 손자 손녀들이 생기고, 육체의 기력도 서서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홀가분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마음속에 묘한 외로움과 허전함이 밀려올 때도 있습니다.
바로 이 시기에, 부처님의 말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말씀이 우리 마음을 깊이 울립니다. 무소는 ‘들소’의 일종으로, 다른 동물들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서 유유히 거친 숲속을 걸어다니는 강인한 동물입니다. 부처님은 이 무소의 뿔처럼 우리도 강하고 독립적으로, 홀로 서는 지혜를 갖추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혼자서’라는 말은 ‘다른 사람을 멀리하고 살라’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스스로 깨어 있고, 스스로 길을 찾아 나아가라’는 가르침입니다. 누구도 우리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습니다. 삶과 죽음의 문제, 업과 윤회의 문제는 결국 나 혼자 감당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타인의 기대나 집착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 자신으로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60대 이후의 삶은 마치 두 번째 인생의 시작과도 같습니다. 첫 번째 인생이 타인을 위한 삶이었다면, 두 번째 인생은 자기 자신을 위한 삶이어야 합니다. 수행과 기도로 마음을 다스리고, 불법을 가까이하며 내면의 평화를 찾아가는 삶이 바로 그 길입니다.
아무리 자식이 잘되고, 가족이 많아도 내 마음이 번뇌에 얽혀 있으면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참된 행복은 외부 조건이 아니라, 내 마음의 평온과 자유로움에 달려있는 것입니다.
이 나이에 들어서면 몸은 예전 같지 않고, 친구들도 하나둘 세상을, 내 곁을 떠나기 시작합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가르침은 단단한 지팡이와도 같습니다. 세상 인연이 하나씩 떨어져 나갈 때, 그것을 슬퍼하기보다는 당연한 이치로 받아들이고, 점점 더 고요해지는 마음으로 나아가라는 뜻입니다. 결국 우리는 모두 혼자 떠나야 할 존재입니다. 미리부터 그 길을 준비하고, 익숙해지고, 받아들이는 것이 지혜로운 삶의 자세일 것입니다.
이 말씀은 또한 ‘자기 수양’의 중요성을 일깨워 줍니다.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를 닦아가는 수행자의 자세. 내 감정을 남 탓하지 않고, 상황을 핑계 삼지 않으며, 내 마음의 번뇌를 스스로 마주하고 다스리는 삶. 그것이 바로 ‘혼자 가는 길’의 진짜 의미입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누군가의 어머니, 아버지, 아내, 남편, 며느리, 친구로만 살아갈 필요가 없습니다. 대신에 이제는 부처님의 제자로서 내 삶을 마무리 짓는 새로운 수행자로 살아가야 할 시기입니다. ‘비움’의 지혜가 삶을 더 풍요롭게 해줍니다. 불필요한 관계를 내려놓고, 불필요한 감정도 놓아버리며, 점차 단순하고 명료한 삶을 지향하는 것, 그것이 곧 무소의 뿔처럼 걷는 수행자의 길입니다.
그리고 이 길은 결코 외롭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길 위에는 부처님이 계시고, 같은 길을 걷는 도반들이 있으며, 무엇보다 내 안에 있는 불성이 늘 함께하기 때문입니다. 법당에 앉아 조용히 기도할 때, 불경을 읽으며 마음을 가라앉힐 때, 세상의 소음이 잦아들고 진정한 나와 마주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의 이 말씀은 삶의 마지막까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명확하게 제시해 줍니다. 더 이상 세상일에 휘둘리지 않고, 집착과 분노에서 벗어나, 평온과 자비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길. 그것이 바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가르침의 본뜻입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짧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이 가장 깊고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오랜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부처님과 함께 고요하게, 홀로 걷는 이 길이야말로 진정한 해탈과 자유로 가는 길입니다. 그 길 위에서 무소의 뿔처럼 당당하고 평화롭게 살아가기를 기원합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